[전문가 칼럼] 청년들은 왜 고립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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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4.06.20
청년과 고립은 사실 어울리는 단어가 아닙니다. 전통적으로 고립은 노인의 문제였습니다. 노화나 질병에 따른 외부 활동의 어려움, 가족이나 친구의 상실로 인한 인간관계의 축소는 쉽게 사회적 고립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청년이 고립되는 현상이 서서히 발생하게 되었고 이제는 노인의 고립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히키코모리, 은둔형 외톨이, N포 세대와 같은 신조어는 이제 모두가 아는 단어입니다. 그만큼 청년의 고립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회 현상이 되었습니다.
고립의 정의
고립은 의미 있는 사회적 접촉이나 상호작용이 부재한 상태로, 친구, 가족, 이웃과 같은 개인적 관계뿐 아니라 사회 시스템 전반과의 관계가 단절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정서적, 육체적, 재정적 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적 자원을 주고받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자원이 없이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고립은 또한 외부적 고립과 내부적 고립으로 나뉩니다. 외부적 고립이 실제로 타인과의 관계망이 결여된 것이라고 한다면 내부적 고립은 주관적으로 느끼는 고립감입니다. 인지된 사회적 고립 혹은 흔히 말하는 외로움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고립의 원인 첫 번째 – 개인적 차원
아동 청소년기의 부정적 경험(Adverse Childhood Experiences, ACE)은 사회적 고립의 주요 위험요인입니다. 아동학대, 가정불화, 왕따, 학교폭력과 같은 트라우마는 개인의 자아를 손상시키고 사회적 관계를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부정적 환경에 노출된 사람은 이후에 사회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사진_pexels
성인기가 되어 느끼는 좌절감과 수치심은 고립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 아미 로카흐(Ami Rokach)는 사회적 경험이 사회적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 외로움이 생겨난다고 말합니다.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데 사귀지 못할 때, 취직해야 하는데 하지 못할 때, 결혼해야 하는데 하지 못할 때 우리는 위축되고 사회와 점점 멀어집니다. 실업, 빈곤, 사회적 관계의 어려움 등이 고립을 초래하는 대표적 요인이 됩니다.
고립의 원인 두 번째 - 사회적 차원
성과 중심적이고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는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을 약화시킵니다.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뒤처지는 사람은 과도한 자책감과 무력감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고립된 삶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가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 이행하는 과도기의 단계에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집단주의 문화는 안정적인 사회적 지지를 제공하지만, 종종 개인의 다양성을 희생합니다. 특정 시기에 직업을 갖고, 결혼하고, 재산을 모으는 등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으면 강한 사회적 압박을 받습니다. 집단주의에서 기인하는 과도한 압박감은 그대로인 채 사회적 연결이 약해지는 현재의 상황은 청년들이 갈 곳을 잃게 합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발달도 주목해야 합니다. 디지털 기술을 잘 사용한다면 고립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많은 경우 현실의 관계 맺기를 피하는 감정적 도피처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고립의 원인 세 번째 - 고립의 자가발전
고립의 가장 큰 위험요인은 고립 그 자체입니다. 고립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관계의 상실은 깊어지고 정신건강문제가 발생할 확률은 증가합니다. 고립 상태에 놓인 사람은 자신을 수치스럽게 생각합니다.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지각하고 거절에 대한 두려움은 커집니다. 이러한 부정적 심리 변화는 스스로를 더욱 고립시키게 만듭니다. 사회를 향해 나아가봤자 부끄러운 자신을 비판적인 타인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누구도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을 최대한 숨기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을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고립의 악순환 벗어나기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사회적 고립이 자신의 잘못이나 본질적 특성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내가 무능력하고 남들이 싫어할만한 사람이라서 고립이 되는 게 아닙니다. 단지 우연히 찾아온 고립의 악순환이 나를 붙들고 있을 뿐입니다.
혹여나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다면 그런 자신을 가혹하게 비난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세상에 너무 냉소적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저 바깥으로 한걸음 내딛어 보고 필요하다면 도움의 손길도 요청해 보세요. 당신은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고 세상은 기대보다 살아갈만한 곳임을 깨닫는 순간 고립의 악순환은 힘을 잃게 될 것입니다.
※ 이 사업은 경기도 청년이 제안한 사업입니다.